반응형
블로그 이미지
유튜브 [경영학 플러스 알파], [주말에 어디가지], 도서 문화 여행 리뷰 [techleader.net] 테크리더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499)
경영학 플러스 알파 (유튜브) (150)
우리집 놀이터 (유튜브) (48)
주말에 어디가지 (유튜브) (173)
메롱 (0)
독서노트 (642)
경영·경제 (154)
컴퓨터·IT산업 (18)
과학기술·공학 (17)
인문·사회·고전 (75)
자기계발 (83)
기독교 (41)
유아·어린이 (33)
육아·교육·가정 (40)
소설 (96)
에세이·비평·자서전 (37)
건강·의학 (19)
어학 (8)
여행·예술 (8)
대학교재 (0)
잡지 (12)
여행이야기 (48)
대학강의 (45)
외부강의 (2)
논문·저서 (13)
책 이야기 (142)
학교생활&일상 (185)
문화생활 (17)
뉴스스크랩&리뷰 (13)
IT정보 (16)
비공개문서 (0)
Total
Today
Yesterday
반응형


후각을 열다
국내도서>인문
저자 : 송인갑
출판 : 청어 2012.07.25
상세보기



지난 겨울 만삭이 되어가던 아내가 심한 감기에 걸려 몇 주동안 병원에 다녀도 낫지를 않아서 가게 된 이비인후과에서 축농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도 한달 가까이 이비인후과에서 통원치료를 받았는데 임신중이라 항생제를 쓸 수 없어 근근이 견디다가 아주 약한 항생제를 사용하여 겨우 나은 적이 있었다.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했던 축농증 환자를 옆에서 지켜보니 고생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몇달 뒤 나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그 때 고생하던 아내를 보고 좀 도움이 될까 하고 축농증 관련 단행본(<축농증 이겨내기>)을 구입하여 읽기도 했는데 이번에 읽게된 <후각을 열다>를 읽어가다보니 그때 읽었던 축농증 단행본 책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책의 저자는 '후각기억'이라는 독특한 단어를 등장시킨다. 원래 학계에서 통욭되는 용어인지는 모르겠는데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용어는 아니지만 나로서는 생소한 단어였다. 후각기억은 부단한 연습과 참지 못하는 후각의 호기심에 의해서 발달한다. 사실 후각은 타고나야 하지만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향상시킬 수 있다(p.30). 다양한 분야에서 후각의 접목은 앞으로 타 분야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향기 하면 떠오르는 것이 향수일 것이다. 향수 용기를 유리로 만들게 된 것은 변색이나 향료의 증발을 막을 수 있고 아름다운 색과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었기 때문(p.65)이라고 하는데, 향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향이나 디자인, 용기 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의 런칭에 관련된 사람들 및 투자가 한 공간에 모아져야 한다. 하지만 이 향료라는 것이 인공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 인공향료에 대한 거부감 또는 부정적인 의견도 표출되고 있다.


저자는 이 화학적 결합물로서 '인공향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 인공향기에는 사람에게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사람이 일률적으로 만들어낸 향은 자연의 향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미향이라고 해도 실제 장미의 향이 여러가지 향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향의 특징을 분석하여 만들어낸 인공의 향이 얼마나 자연의 향을 반영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책의 1부에서는 이와 같은 후각과 관련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저자가 참고한 문헌은 참으로 다양하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민음사, 2002>, <후쿠자와 유키치(임종원, 한길사, 2011)>, 콘스탄스 클라센 등이 저술한 <아로마 냄새의 문화(현실문화연구, 2002)>,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에서 성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에서 향기와 관련된 내용을 인용하고 있다.


2부는 공간과 향이라는 주제로 향기마을이나 향기박물관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3부는 향기 여향, 4부는 역사속의 향이 소개되면서 그야말로 후각이나 향기를 주제로 이와 같은 방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저자의 연구범위가 놀랍다. 마지막 5부에서는 비통에 대해서 다루는데 후각이 느끼게 되는 향에도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이 있으며 어떤 향을 통해 비통을 느끼며 경험하게 되는지 다양한 고전문헌과 현대문헌을 인용해가면서 흥미로운 사례들을 열거하고 있다. 


후각과 향기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어루어진 종합인문서라는 타이틀 답게 그야말로 후각이나 향기를 주제로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을 담아내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박상표
출판 : 개마고원 2012.07.23
상세보기



지금까지의 인류사회에서 진행된 세가지 혁명을 보통 농업혁명, 산업혁명, 디지털혁명으로 설명한다. 농업혁명은 과거 이동을 하면서 수렵, 채집생활을 했던 패러다임에서 한 곳에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는 자급자족의 패러다임으로 변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축을 기른다는 것은 농사를 도와주고 젖이나 알을 주며 마지막으로 고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가축의 생명주기가 끝나게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자급자족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부농이 생겨나고 대형 가축농장이 생겨났고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는 축산업에도 대량생산 시스템이 도입되어 적은 공간에서 많은 상품을 얻어내기 위해 공장의 개념이 응용되고 있다.


저자는 가축을 기르는 곳이 농장인가, 공장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던지고 있다. 물론 제목에서 느낄 수 있다시피 공장식 축산업에 대한 여러가지 폐해들을 요목조목 들추어 내면서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머리말 내용으로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미루어짐작할 수 있게 한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기계로 찍어내듯이 가축을 생산하고 있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방식을 매개로 유전자조작 씨앗, 화학비료, 농약,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을 생산하는 거대기업들이 서로 막대한 이윤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농민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내몰리지 않고, 가축들이 학대받지 않고 자라며, 소비자들이 건강에 해롭지 않은 안전한 식품을 먹기 위해서는 이러한 카르텔을 깨뜨려야 한다.  - p.8


우리의 식사시간에 접하게 되는 주요 가축중에서 책에서는 돼지, 소, 닭 등 세 종류의 가축들이 어떻게 사육되고 어떤 과정을 통해서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게 되는지를 먼저 분석한다. 우리가 좋아하는 꽃등심은 '환상적 마블링'이라는 홍보 전략으로 지갑을 열게끔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마블링을 만들기 위해서 일부러 몸집이 커지고 육질을 개량하기 위하여 곡물사료를 집중적으로 먹이고 매끼마다 항생제를 투여한다. 이 곡물사료의 주요 원료는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콩이다. 더 나아가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있는데 소가 다른 소를 먹고 돼지나 닭, 말까지 먹이고 있다. 죽은 소를 갈아서 살아있는 소에게 먹이는 동종식육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p.31)


돼지의 경우를 살펴보자. 이 부분에서는 가축 학대에 대한 지적도 인상적이다. 태어나자마자 송곳니가 잘려나가며 마취도 없이 꼬리를 잘라버린다. 대략 30일이 지나면 거세를 당한다. 대략 1평에 10마리까지 몰아넣는 밀집사육 과정이 진행되고 대략 6개월이 지나면 100kg 정도가 되는데 그것으로 돼지의 인생은 끝나게 된다. 현대 공장형 양돈업에서는 그 이상 돼지를 기르는 것은 사료값, 약값, 난방비,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낭비일 뿐이라고 가르친다. 현대 양돈장에서는 10~15년에 이르는 자연수명을 다 누리는 팔자 좋은 돼지는 씨가 마른 셈이다.


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산란계(달걀을 얻기 위해 기르는 닭)의 경우 알을 낳지 못하는 수평아리는 태어난지 24시간 내에 목숨을 잃게 되고, 최근에는 고기용 육계도 암수 구별을 하는 추세라는데 그 이유는 수평아리가 암평아리에 비해 빨리 크기 때문에 출하시기를 일정하게 맞추고 사료효율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양계장에는 케이지라는 밀집사육시스템을 이용하게 되는데 닭 한마리당 A4용지 1장도 채 되지않은 열악한 공간에서 사육이 된다. 바닥의 똥덩어리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때문에 대부분의 닭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게 되며 시력을 잃기도 한다. 밀집되고 지저분한 환경에서 이, 벼룩, 빈대, 진드기 등 온갖 기생충으로 인해 피부병을 일으키며 이것을 잡겠다고 살충제를 뿌리는데 당연히 살충제는 닭이나 인간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 스웨덴이나 룩셈부르크 등의 나라는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비좁은 닭장에 가두어 기르게 되면 닭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을 띠게 되는데 이런 닭들이 다른 닭의 머리나 항문을 피가 날때까지 부리로 쪼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병아리가 태어난지 일주일 이내에 부리를 강제로 자르고 산란계의 경우 생후 20주가 지나면 다시 한번 부리를 자른다. 한꺼번에 많은 병아리의 부리를 자르다보니 심할 경우 콧구멍까지 잘라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가축의 사육방식을 통해 이윤을 얻는 기업은 따로 있다. 책에서는 다소 예전의 자료를 제시하고 있는데 2006~2008년 미국 식품원가구조를 보면 축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30~40% 가량만 생산자의 몫으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가축을 대규모로 수집해 도축하고 가공하는 기업들이 가져가고 있다. 미국의 육류가공산업은 타이슨푸드, 카길, 스위프트, 스미스필드푸드 등 소수의 거대기업이 지배하고 있다(p.71). 비위생적인 사육과정과 도축과정을 통해 광우병, O-157, 살모넬라균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결국 식탁에서 그 고기를 먹게 되는 인간들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농업정책에 있어서의 문제점 지적도 빼놓지 않는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장식 축산업을 부추기는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 결과로 소농을 도태시키고 대형 농장을 만들려는 정책들이 입안되어 실행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이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농업정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도 나아진 점은 전혀 없었고 현 이명박 정부에서도 여전히 주요 농업전략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가축이 입는 학살의 피해 뿐만 아니라 그 결과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피해로 돌아오는데 비만, 식중독, 각종 전염병이 그 예이다. 실제로 비위생적인 도축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소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고 사망한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으며 어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세균들이 우리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여러가지 무시무시한 지적을 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저자도 마지막 부분에서 공장식 축산업을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지구 환경을 살리고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대안이 없다. 물론 대안이 전혀 제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먼저 농업과 축산을 하는 생산자 입장에서는 항생제, 화학비료, 농약, 유전자조작 씨악에 의존하는 농업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유기농 비즈니스의 상업화를 막아내어 자연순환농업 모델을 만들자는 제안을 한다. 소비자 편에서도 패스트푸드를 끊고 외식을 줄이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 동네 슈퍼나 생협 매장에 들러 그때그때 필요한 물품을 소량으로 구매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는 식습관으로의 전환을 통해 환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업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다고 희망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하지만 대안들이 너무 현실적이지 못하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공감이 되지만 대안이 썩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최재천 스타일
국내도서>인문
저자 : 최재천
출판 : 명진출판 2012.07.12
상세보기



요즘 책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지적생활인의 공감’이라는 부제로 출간된 이 책은 최재천 교수의 에세이 모음집이다. 지식인으로서 공감했으면 하는 책을 골라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자신의 과거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부인은 기독교신자이고 자신도 교회를 다니고 있지만 진화론을 신봉한다는, 상당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역시 동물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분이기 때문인지 전체적인 책의 내용들도 동물이나 과학과 유사한 관계를 지을 수 있는 부류들이다.


침팬지 연구가 제인 구달과 관련된 이야기를 여러 편에서 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인생의 절반을 오로지 침팬지 연구에 몸바친 분이라고 극찬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구달 박사는 어린 시절 가정 형편으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아프리카에 가서 야생동물을 연구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야생 침팬지를 연구할 기회가 주어졌고 영국 명문대학인 케임브리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게 되었다. 구달 박사와의 인연을 이야기하면서 쓴 다음 문장이 인상적이다.


침팬지와 하나가 되는 그 나름의 과학 덕분에 우리는 '인간만이 개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육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어느 종교의 가르침이 이보다 더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 p.83.


역시 진화생물학자답게 가장 높게 평가하고 있는 학자는 다윈이다. 다윈의 이론은 ‘다윈 혁명’이라고 지칭될 정도로 인류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고 하면서 학문의 최전선에서 끊임없이 세상과 교류했던 전형적인 과학자로 평가했다. 기독교인인 나로서는 과연 천동설을 대신해 지동설이 인정받는 학설이 된 것처럼 창조론을 뒤집고 진화론이 모든 과학자들과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학설이 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아무튼 저자는 다윈의 이론을 150여 년의 혹독한 담금질로 인해 가장 막강한 이론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1999년에 <개미제국의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개미에 관한 책을 출간했던 학자답게 본 에세이집에서도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일하지 않는 개미>와 베르트 횔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이 공저한 <개미 세계 여행>을 소재로 하여 개미사회를 흥미롭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개미가 사용하는 언어는 화학언어로서 현재 인간이 개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말을 거는 단계까지는 발전되어 왔으며 더 나아가 개미들도 인간이 자신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인간들에게 말을 걸어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p.141)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가끔 소개되는 책을 인터넷 서점에 검색해 보면 절판되었다고 나오는데 이 점은 많이 아쉽다. 물론 절판된 책도 도서관에서 빌려볼 수는 있겠지만 독서라는게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 저자가 추천하는 책은 한번쯤 목차라도 훑어보고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절판되었다는 정보를 보는 순간 그런 의욕이 많이 사라지는게 사실이다. 특히 에드워드 윌슨의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라든가 <낙타의 코>, <욕망의 식물학> 등의 책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는데 일찍 절판이 된 듯 하여 아쉽기만 하다. 절판이 된 책들 중에 특별히 관심이 많이 가는 책들은 중고책이라도 하던지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볼 기회를 마련하도록 해야겠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민주주의 내부의 적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츠베탕 토도로프(Tzvetan Todorov) / 김지현역
출판 : 반비 2012.07.18
상세보기



자본주의의 종말이라는 이슈에 이어 민주주의 자체도 변질되어 가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하는 책이다. 민주주의는 용어 자체의 의미에서처럼 국민이 권력을 갖는 체제이다. 실제로 모든 사람들이 미리 정한 기간 동안 법을 제정하고 국가를 운영할 대표자를 선출한다(p.13). 저자는 이러한 지적을 하기에 앞서 본인은 인생의 1/3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나머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낸 경험을 책에서 풀어놓겠다고 이야기한다.


저자가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포퓰리즘, 극단적인 자유주의, 메시아주의 등이다. 즉 민주주의의 구성 요소인 인민, 자유, 진보 중 어느 하나가 적정선을 넘어 유일한 원칙임을 자처할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고 한다.


책의 주제를 다루기 전에 1600여 년 전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독교는 정치권력을 얻기 시작했으며 신학적인 논쟁이 심화되던 시기였다. 대표적 논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의 논쟁을 주된 예로 들고 있다. 논쟁의 주제는 '자유의지'와 '죄와 구원'의 문제였다. 펠라기우스는 인간의 자유의지는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며 죄는 물려받아서가 아니라 선조의 행동을 모방한 결과라고 말한다. 즉 신은 인간을 자기 형상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간 역시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죄를 짓고 안짓고의 문제는 인간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후천적인 교육을 통해서 자기통제와 정신력을 배우며 스스로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펠라기우스는 인간의 능력을 낙관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았다. 모두 자신의 잘못이고 오직 자신만을 탓할 수 있을 뿐이다(p.26). 이에 반해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자유의지의 결과라고만을 볼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원죄는 인간 종에 속한 모든 개체 특유의 결핍과 취약점인데 이것은 태어나면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과는 무관한 근본적인 결함이라는 주장을 한다(p.28). 원죄로 가득한 인간이 구원을 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자유가 아니라 신의 은총에 기대야 한다(p.29)는 것이다. 이 논쟁은 결국 418년에 펠라기우스의 사상이 이단 선고를 받는 것으로 결말을 보았지만 그 이후 이 논쟁의 불시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의 논쟁 이후 루소나 몽테스키외 같은 프랑스의 인문주의자들은 그 어느 쪽에서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 이후 펠라기우스의 사상은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개인의 운명(도덕)보다 사회의 운명(정치)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논쟁은 신학자들과 정치학자들의 논쟁에서 정치적 행위와 권력자들이나 대중에 대한 담론으로 이행한다(p.40). 대중들이 요구가 폭발하기 전에 몽티스키외의 중용의 태도는 마르퀴드 콩도르세와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 격렬하게 비판받는다. 콩도르세는 필라기우스의 사상과 유사하게 인간이 법을 충분히 적용한다면 지상의 악을 일소할 것이며 모든 사람이 자신을 완성하고 능력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원죄는 제거해야 할 미신일 뿐이며 행복은 사후의 천국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논의가 급진전되어 더 나아가서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인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평등과 자유의 이상을 내세우면서 특유의 궁극적인 목표와 이에 이르는 특별한 방법(혁명과 공포정치)를 지향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이를 정치적 메시아주의라고 부른다. 이는 콩도르세의 사상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움직인 결과이다. 


이러한 정치적 메시아주의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변형된 형태로 나타났다. 첫번째 단계는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에 헉명전쟁과 식민전쟁의 형태로 나타나며, 두번째 흐름은 공산주의으로, 세번째 흐름은 민주주의로 나타난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은 예상했던 바와 같다. 즉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민주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는 서방 선진국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었다. 모든 악이 선의 이름으로 실현되고 숭고한 목적이라며 정당화되는 역설이라는 것이다. 선을 추구하지만 그 선은 결국 과거의 종교를 대체하고 있을 뿐 큰 차이는 없으며 나만이 선하다는 주장으로 인해 전쟁을 선포하고 다른 나라 국민들의 인권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이러한 오만함과 헛된 욕망이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답지 못하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국제 정치에 복무하는 도덕과 정의는 도리어 도덕과 정의를 해치고 강대국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단순한 도구로 전락한다. 그리고 강대국의 이익을 수호하는 위선적인 장막으로 나타난다. 선과 정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메시아주의 정치는 서로를 파괴한다. "천사가 되려고 하다가 짐승이 된다."라는 파스칼의 문구가 이런 상황을 더없이 잘 설명해 준다. 일군의 국가가 다른 국가에 자신들의 의지를 무조건 관철하는 이상, 국제질서는 개선되지 않는다. 정치적 혼란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그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의 눈앞에서 실추되고 심지어 민주주의를 장려하는 국가에서조차 민주주의 원칙이 부식될 위험이 있다.  - p.90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의 화살은 신자유주의로 넘어간다. 국가의 활동은 공공질서 유지 정도로 최소화되어야 하며 최소화되어야 하는 것은 경제활동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와 연결된다. "부를 제한"하거나, "공정하게 분배"해서도, 심지어 "과도한 부의 추구를 막아서도" 안된다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입장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마냥 신자유주의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자유에 포커스를 맞추면서 좌파는 검열, 금기, 도덕 등 행동에 최대한 자유를 부여하되 경제적 자유는 국가가 제한해야 한다고 하며, 우파의 경우는 이와 반대의 주장을 한다. 두가지 자유를 모두 추구할 수는 없으며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의 이슈라는 점을 지적한다. 공산주의는 경제적 자유를 지나치게 통제를 해서 비판을 받았는데 신자유주의는 최근의 금융위기에서 경험했다시피 지나친 방임이 낳은 결과로 재분배가 되지 않는 현상을 낳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공산주의가 주장하는 계급의 소멸을 위한 투쟁 대신 이익의 조화를 가정한 뒤 시장의 자연법칙에 의존하는 역사법칙에 찬성한다. 여기서 다시 아우구스티누스와 펠라기우스의 논쟁으로 짧게나마 되돌아 보게 한다. 적당한 통제와 적당한 자유의 경계선은 어디인지 저자도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자세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들의 행태를 "야만화"라는 단어까지 쓰면서 비판을 마무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주주의는 지켜야 할 도를 넘어선 나머지 탈이 났다(p.199)고까지 표현한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라는 옷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 위험요소가 눈에 띄지 않아 위험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스스로 쇄신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니면 포퓰리즘으로 치달을지 아직 결말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데 해답은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한다. 


역사가 불변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섭리가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지 않으며, 미래가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 p.207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
반응형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니컬러스 에번스(Nicholas Evans) / 김기혁,호정은역
출판 : 글항아리 2012.06.04
상세보기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라는 책 제목과 커버이미지만 봐서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느낌의 스릴러나 호러 영화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서 ‘죽는다’는 것의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언어’를 말한다. 세상의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는 언어가 있다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전해주는 책이다. 혹시나 사라지는 언어가 있다는 것에 대해 가슴아프다는 느낌이 없거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이라면 책을 읽을 의미도 없을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사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한가지 언어만 사용하다가 신이 되고자 하는 욕심으로 바벨탑을 세웠으나 이에 대한 응징으로 신은 인간의 언어를 흩어놓았다고 한다. 즉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가 많아졌다는 사실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바벨탑 사건으로 인해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싸인으로 인식한다. 인간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였으나 국가나 지역끼리 다투기 시작하면서 서로 분리되었고 언어도 달라졌는데 그 이후로 인간들은 좀더 작은 집단을 이루어 서로 평화롭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는, 멕시코의 한 구전을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의 다양성이 훼손되고 있으며 점차 쇠퇴해가고 있다는 점을 탄식하고 있다. 인류사가 발전해가면서 농경문화와 군대로 무장한 영토 팽장주의자들에 의해 언어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있으며 더 이상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 속 수천 개의 언어가 이와 유사한 운명에 고통받고 있다. 화자가 1억이 넘는 10여 개 언어의 지배에 이끌려 언어 다양성어 쇠퇴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 p.58

 

언어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로 먼저 캐번디시 바나나의 예를 들면서 이 바나나 종 하나만 있다는 것은 생산과 효율을 최대화하기에는 좋지만 새로운 곰팡이균 하나가 종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생물학적 종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다양성의 장점을 설파하는데 피시먼(Joshua Fishman)이라는 학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 언어나 문화를 다른 언어나 문화의 프리즘으로 들여다볼 때 깊고 창의적인 상호작용과 통합적 안목을 얻게 된다는 점(p.64)”을 다양성의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결국 언어 유산이 손실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문화나 거주지가 손실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비극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언어에 대한 연구는 ‘다양성’의 관점보다는 ‘보편성’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위험하다는 지적한다. 하나의 언어는 그 언어의 문법이나 구사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언어를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다는 점이 언어의 다양성이 가지는 또하나의 소중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저자는 언어가 죽게 되었을 때 우리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언어의 죽음이 왜 문제가 되며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이 서서히 붕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깊이 있는 학술적 연구자료를 근거로 하여 풀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언어가 가지는 소중함에 대한 사례로 설명하고 있는, 에이즈 바이러스 제1형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물 프로스타린이 발견된 과정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세계 도처의 원주민들은 오랜 역사 동안 자연을 세밀히 관찰하고 자연의 산물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실을 자기네 언어의 단어와 표현을 통해 전하고 있다(p.67). 이러한 언어가 담고 있는 전통 문화는 식물 약효에 대한 세부지식도 담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프로스타린이 발견된 과정에서도 해당 원주민 언어(사모아어)를 배웠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토착어의 어휘들은 특정 식물과 동물 간의 생태적 유대관계를 드러내기도 하기 때문에 언어학자와 생물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 간의 공동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지식은 현재 큰 위험에 처해 있다.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겨우 수백 명의 화자가 쓰는 언어 속에서만 이 모든 지식이 유효하며, 화자들이 다른 언어로 사용 언어를 바꿀 경우 그 전달이 단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 p.68

 

흥미로운 예를 또하나 들면 진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10진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누구나 그렇듯 인간은 어려서부터 손가락 10개를 가지고 셈법을 익혀왔다. 하지만 파푸아뉴기니 지방에서 쓰이는 옥사프민어의 셈 체계에 따르면 엄지부터 13단계에 거쳐 14에서 코에 이르고 다시 반대쪽으로 내려와 27에서 반대편 엄지에 이르게 되는 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폐거래를 위해 영어식 수체계를 쓰게 되면서 이 27에 기초한 수 체계는 점점 폐기되고 있다고 한다(p.143). 인류 공통이 사용하는 ‘표준’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적일 것이다. 몇해 전 우리나라에서는 인치나 평과 같은 단위를 쓰지 말도록 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표준으로 채택되지 않은 또 다른 많은 ‘표준’들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을 것이고 오랜 역사와 문화의 결과물로 전달되는 유산일텐데 이를 모두 무시하게 되면 인류문화의 발전이 저해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새롭게 깨달을 수 있다.

 

소수 언어들이 사라진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문화적, 군사적, 종교적 라이벌 집단의 언어가 아닌 이상 다른 언어에 무관심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 예로 저자는 로마의 사례를 들고 있는데 지금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게테어나 에트루리아어 등이 지금까지 전해졌다면 언어학적 가치가 상당히 높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몇몇 단어들을 제외하고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겪었던 일제 식민치하에서의 언어 말살 정책도 이에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사라지는 언어들에 웬지 모를 측은함이 느껴지면서 언어의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소중한 책이다.

 

언어는 커뮤니케이션과 의사전달에 있어서 동시성을 갖추어야 하지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문자이다. 인더스 문자나 자포텍 문자처럼 앞으로도 해독이 되지 못할 문자들이 많이 있는데 아마도 그 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가 전달되었다면 해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언어의 소멸과 함께 문자의 해독불가 상태도 선조들의 역사를 보전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언어가 남아았다면 살아남은 현대 언어 자료를 갖가지로 활용하여 암호를 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 언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 탓에 이러한 해독 시도도 계속 늦춰지고 있다. - p.304

 

서평을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편협된 시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이런 책을 출판하여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어준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반응형
Posted by 테크리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