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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1
국내도서
저자 : 장영철,정경순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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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2
국내도서
저자 : 장영철,정경순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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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몽골에서 일주일간 머무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없는 지평선이 펼쳐진 초원이 인상적이었던 나라이다.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몇일간 머물렀지만 그 초원의 게르에서 이틀간 머무르면서 몽골의 낙후된 실상을 볼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마지막날 몽골인들과의 저녁 만찬에서 한 몽골인이 큰 지도를 펼쳐들었는데 그것은 몽골제국이 아시아와 유럽의 가장 큰 영역을 지배했을 당시의 지도였다. 그만큼 몽골인은 그때의 향수를 가지고 있는가보다 싶다. 중국 북쪽에 작은 나라로 머물러 있지만 자신들은 세계를 다스렸던 민족이라는 자부심이 여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황후≫를 읽으면서 그때 다녀왔던 몽골 초원이 떠올랐다. 책은 그 땅을 지배했던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 순제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순제는 어린 시절 타환이라 불렸다. 타환은 아버지인 명종에 이어 황위를 물려받아야했지만 정권 다툼이 밀려 동생에게 황위를 물려주고 황태제의 신분으로 고려로 유배를 온다. 그 시절 고려는 원나라에게 공녀를 차출하던 힘없는 나라였다. 고려 군사였던 기자오는 자신의 딸이 공녀로 차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남장을 하여 남자로 살아가게 했다. 고려 왕의 지시를 받아 유배를 온 타환을 보호하게 하다가 고려 말단 장수였던 염병수의 모함으로 여자임이 밝혀지면서 공녀로 원나라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타환을 다시 만나게 되고, 충혜왕과는 사랑을 나누어 아들을 낳게 된다. 그 아들이 우여곡절 끝에 순제의 제1황후의 아들이 되면서 태자 신분이 되면서 원나라 정국은 폭풍 속에 쉽싸이게 된다.


지난 2013년 10월 28일부터 MBC에서는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기황후 역에 하지원, 충혜왕 역에 주진모, 순제(타환) 역에 지창욱이 열연하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충혜왕을 왕유라는 가상의 인물로 대체했다. 하지만 그 밖의 인물들이 실존인물에 가까워 여전히 문제를 피해가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기황후나 충혜왕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좋지 않다. 대부분 역사가들은 충헤왕을 주색에 빠져 방탕한 행동을 일삼다가 원나라에 의해 폐위된 임금이라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소설은 소설이 아닌가. 역사 속의 인물을 소재로 하더라도 가상의 허구적인 스토리가 내재된 것이 역사 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그 소설 속의 내용을 실제 역사속에 인물을 평가하는데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최근 상영중인 변호인을 보며 노무현을 떠올릴 수 밖에 없듯이 말이다.


소설이 원래 드라마 상영을 가정하고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 그 자체만으로는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그렇다치고 인물묘사나 상황의 설명 등 각 문장들이 유려하지가 못하다. 또한 문법체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문장들이 속출한다. 예를 들어 '순제가 즉위에 오른 이후로는(2권, p.57)', '그 안에 적힌 이름들을 호명하자(2권, p.108)' 등은 '역전앞'과 같은 동어반복이라는 문법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


2권의 마지막 장의 제목이 '마침내 천하의 주인이 된 기황후'이다. 따라서 책의 결말을 다 읽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이런 식의 제목은 소설 구상 단계에서 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결말을 알아도 결말을 맺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다소 열린 결말을 상상하게 만드는 제목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고려시대, 그리고 원나라 시대의 역사적 실존인물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드라마로 인해 더 흥미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인 기황후는 우리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평가가 상반될 수는 있겠지만 열악한 상황에서 한 나라의 주도권을 잡은 그녀의 스토리를 통해 현실을 조명해 본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생각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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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꽃 (양장)
국내도서
저자 : 김별아
출판 : 해냄출판사 2013.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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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조선왕조의 개국공신인 조반의 아들 조서로와 이귀산의 처 유씨와의 간통사건을 근거로 하여 상상력을 펼친 결과로 만들어졌다. 세종은 유씨의 사형을 집행하였으나 추후 자신의 형벌이 과했다는 점을 자인하였다 하니 이들의 사랑이 소설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충분한 상상력의 발원지가 된 듯 하다.



당신의 상황은 숭불정책을 취했던 고려가 무너지고 숭유억불정책으로 국시를 삼았던 조선이 건국되어 기틀이 잡히던 중에 일어난 일이다. 따라서 당시의 간통이라는 것이 지금의 간통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 그 주요 피해자는 여성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청화당의 나라와 녹주의 나라는 확연히 달랐다. 새 나라의 기틀이 잡혀갈수록 그를 벗어난 것들에 대한 통제는 강화되었다.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가혹한 처벌이 불가결했다. 하지만 죄가 같다 해도 벌은 달랐다. 서로는 권력의 가까이에 있었기에 그 속성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언제나 표적이 되는 것은 더 악한 죄인이 아니라 더 약한 희생양임을.  - p.287


정치적 권력의 희생양으로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한 여자아이가 먼 친척뻘되는 할머니의 집에서 살게 된다. 여자아이는 부모가 불에 타 죽고 혼자 살아남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에서 지웠다. 할머니의 손자인 한 남자아이가 같이 살고 있었고 남자아이는 그 여자아이가 마음에 들어 푸른 구슬이라는 뜻의 '녹주'라고 이름을 지어 불렀다.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조선왕조를 세우는데 일조한 탓에 후일 개국공신의 칭호를 받게 되는 조반이다. 조반의 아들 조서로는 이렇게 녹주라고 이름붙인 여자아이와 만나게 된다. 하지만 조서로의 어머니는 그 여자아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왕조가 바뀌어 개성에서 살던 조씨 집안은 개성에서 조선의 새로운 수도인 한양으로 이주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어머니는 녹주를 외딴 절로 보내고 자신들만 이주하는 바람에 서로와 녹주는 헤어지게 된다.  녹주는 그 절에서 비구니 생활을 하면서도 서로를 잊지못해 미움과 사랑이 교차하는 감정을 갖게 된다. 눅주는 절에 기거하던 중에 이귀산이라는, 대략 녹주보다 20세 이상 많은 남자를 만나 후처로 혼인관계에 이르게 되고 우연히 그 사실을 서로가 듣게 된다. 녹주와 서로는 오랜 시절을 따로 보낸 후에 다시 만나게 되고 사랑을 열매를 맺으려 한다.


그 사랑의 열매가 무엇이었는지는 역사적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세종실록 21권 세종5년(1423년) 9월 25일의 첫번째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소설 속의 녹주는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법 바깥에 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법이 나를 마땅히 죽여야 할 죄인이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은 사람이 만든 것이니 법이 있기 전에 사람이 있을 터입니다. 사람이 있다면 어김없이 사랑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법도와 제도보다는 사랑이 먼저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 죄는 다만 순연히 그 순서를 따른 것뿐입니다.  - p.334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지니고 있다. 녹주와 혼인했던 이귀산은 사랑했던 부인을 먼저 보내고 슬픔 속에 빠져있다가 녹주를 만나게 된다. "무릇 사람들은 슬픔 그 자체로 미치지 않는다. 슬픔은 가슴을 갈가리 찢고 영혼을 너덜너덜하게 헤집지만, 그것이 터져 나와 흘러넘치는 순간 독성을 사라진다.(p.214)" 저자는 사람의 슬픔에 대해 이렇게 묘사한다. 하지만 이귀산은 그럴 여력조차 없었던 슬픔속에 빠져있었다. 녹주가 암자에서 지낼 때 운공스님이 녹주의 마음 속을 꿰뚤어보고 한 말도 인상적이다. "불행과 경쟁하지 마라.(p.199)" "불행과 경쟁하노라면, 너도 모르게 이기고 싶어질 것이다. 설령 그 승리의 조건이 더 큰 불행일지라도.(p.200)"


소설 속의 이야기에서 새드엔딩으로 끝나게 되었던 원인을 여럿 찾을 수 있곘지만 서로의 어머니와 청화당(서로의 외할머니)과의 관계가 그대로 아들 서로에게까지 전달된 것이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의 어머니는 자신의 어머니인 청화당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로 역시 자신의 어머니가 정말 자신을 사랑했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이는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그들이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들로부터 유추할 수 있다.


"나를 한번이라도 사랑했소? 진심으로 아끼고 어엿비 여겼소?" [서로의 어머니가 죽기 전의 청화당에게 한 말]  - p.97


"어머니, 단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소자를 어엿비 여긴 적이 있으셨습니까?" [서로가 죽기 직전의 어머니에게 한 말]  - p.264


이 부분이 이 간통사건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한편의 소설로 만들어내기까지 작가가 가장 공들인 상상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청화당에서부터 자신의 딸인 서로의 어머니, 그리고 서로에게 이어지는 잘못된 내리사랑이 없었다면 이 소설의 스토리텔링은 그다지 탄탄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랑, 그것이 목마릅니다. 어머니가 한 번도 양껏 주시지 않았던 사랑말입니다!"


끝내 마음 밑바닥의 말을 토하며 서로는 통곡했다. 결국엔 그것이었다. 모든 것이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학대한 까닭도 사랑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할머니의 사랑을 믿지 못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다. 사랑받지 못한 채 자라난 아들은 끝내 갈급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p.268


나는 흥미롭게 읽었으나 전문가가 아니므로 문학작품의 수준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른다. 근데 소설은 정말 가끔 읽어줄 필요가 있다는 걸 이 책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스토리의 재미라든가 작품성을 논하기는 힘들지만 처음 20여 페이지 안에 내가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튀어나온다. 작패하다, 겅더리되다, 들놀다, 잡도리하다 같은 동사나 올차다, 날큰하다, 돌올하다, 푸새하다 같은 형용사를 비롯하여 피칠갑, 갈피짬, 얼뚱아기, 잔짐승, 몸피, 쟁기고기, 딸따니, 결찌, 어마지두 같은 명사들은 대부분 처음 듣는 단어들이다. 평소 자주 쓰는 말은 아니더라도 내가 한국사람이 맞았나 싶을 정도다. 내 한글 실력은 이 정도였다. 소설가라는 사람들의 상상력에도 놀랍다. 지금 막 읽기를 마친 '김별아'의 미친 상상력은 더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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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한 대마도 1
국내도서
저자 : 이원호
출판 : 맥스미디어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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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한 대마도 2
국내도서
저자 : 이원호
출판 : 맥스미디어 2013.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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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가 일본땅이라는 인식은 식민사관에서 출발하며 대마도가 한국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제가 식민통치 시절에 대부분 폐기처분했다는 가정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물론 그 중에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증거가 있는데 해동지도를 비롯하여 책 앞부분에 몇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이 해동지도를 비롯하여 대동여지전도, 조선방역지도, 조선팔도총도 등 국내 지도를 제시하고 있으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증거로 제시하고 있는 지도 중에 하나에서 동해를 Sea Of Japan이라고 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대마도가 한국땅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1년 뒤의 미래인 2014년부터 고려말기 창왕 시절의 대마도 정벌까지를 거슬러 올라간다. 700년 여년 간의 역사를 기록하면서 조상에서 조상으로, 자손에서 자손으로 이어지는 인연의 계보를 통해 대마도가 한국땅이었으며 그 땅을 수복해야 할 이유를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두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의 앞부분에는 대마도의 지도와 관련 사진들이 게시되어 있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는 조선인의 후손이라는 이유로 일본에서 무시당하는 김성진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 김성진을 17년 만에 만나 하소연을 들은 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김성진의 아버지가 남긴 유품에서 편지를 한장 발견하고 자신과 대마도,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 알아내기 위해 대마도를 방문했다가 북한과 함께 대마도 수복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수복군을 만나게 되면스 그 대열에 합류한다.


고려말 창왕의 1차 대마도 정벌, 조선 태조의 2차 정벌, 태종의 3차 정벌로 이어지면서 대마도에 살았던 조선인들을 보호하고 조선 해상을 노략질하는 왜구들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을 시대적 인물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진행한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조선통신사, 관동대지진에 이르는 역사를 이야기로  기록하는데 대마도 정벌에 대한 이야기는 관련성으로 인해 필요해 보이지만 지나치게 장황하게 늘어져 있어서 군더더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저자가 이 사실들을 나열한 이유는 이해가 간다. 주인공인 김성진을 중심으로 하여 대마도 도주 종(宗,소)씨 일가, 대마도 도주의 심복이었던 서씨 일가를 비롯하여 주요 인물들간의 관련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한 대목이라고 여긴 것 같다.



읽기 전에도 상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결론은 대마도를 수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독도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작전에 관심을 갖던 중국군과 미국군이 회군하면서 결론은 일종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이 정도는 스포일러가 아닐꺼라고 본다. (다른 리뷰들을 보니 XXX가 죽는다고 쓴 분도 있던데...) 한편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방부장관, 국정원정, 국가안보실장 등이 현직 실명이 들어가서 현실감이 있다는 것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일본의 우경화가 세계적으로도 이슈화되고 있고 독도에 대한 야욕을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는 만큼 소설의 내용처럼 대마도 카드가 우리가 내밀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저는 건강한 리뷰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린리뷰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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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황제
박영규 저
 
(살림,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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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만에 읽는 소설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거의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거의 읽지 못했던 분야인 것 같다. 몇일 전 '페북친구'가 블로그에 쓴 영화 <마지막 황제>의 영화평을 읽었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 마지막 황제라는 그 영화를 극장에서 부모님과 함께 관람하면서 '어린 시절'의 충격과 추억으로 아직까지 마음속에 남아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글을 읽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소설을 읽게되었으니 중국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푸이였다면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순종'이 아닌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왕조시대의 역사를 보면 그 왕조를 창건한 시조에 대해서는 찬양, 칭송, 신격화를 하고 있지만 해당 왕조를 마감하게 된 왕에 대하여는 비난, 무책임, 등의 단어로 설명한다. 여기에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 시대의 경우에는 일본과의 합병을 통해 나라가 없어진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나라를 지키지 못한 무책임한 행동에 비난을 보내기도 하지만 한 나라의 군주에서 합병된 나라의 황제에서 절을 해야 하는 비굴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신하로 전락한 '애절함'이 묻어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순종이 어린 시절 아편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마셨던 커피 때문에 이가 모두 빠졌다는 것.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어머니(명성황후)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어린 시절 외롭게 자라 고종황제에 이어 강제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3년만에 왕위에서 내려와 이왕에 봉해지고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하는 슬픔을 경험한 군주. 거기에다가 틀니로 식사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을 가련한 군주. 조선의 멸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기에 그 마음은 더 아팠을 것이다.

소설은 당시 여러 대신들이 일본 동경으로 천황을 알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일본으로 가는 과정의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물론 가상이기는 하겠지만 순종의 속마음에는 나라를 빼앗은 일본에 대한 복수심 또는 적개심으로 가득찬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속마음에 그칠 뿐 이미 기울어진 국력을 다시 회복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을 한탄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조선말기 쇄국정책과 거시적인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왕을 비롯한 조선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원망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지막 황제라는 오명을 쓸 수 밖에 없었던 힘없는 군주 순종의 모습에 안타까운 생각이 더 많았다.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될 역사이기에 더욱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부분에 덕혜옹주에 대해 잠깐 언급된 부분이 있었다. 조선말기 소설을 시작한 덕혜옹주도 소설로 나온 책이 있으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끝 마무리 부분을 읽으면서 황제였으나 황제로 살 수 없고, 평민이 될 수도 없었던 남자, 궁궐 속이 감옥이었던 남자, 화려한 옷이 죄수복이었던 남자, 그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 그려져 눈가에 눈물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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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테크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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