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의 병법 경영>, 신동준, 인간사랑,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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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삼국지의 조조는 눈치빠르고 간계를 잘 부리고 교활한 인간으로 생각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조조의 병법경영>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조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주려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조조의 교활한 인간 이미지는 진정한 조조의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저자만의 주장은 아니고 최근의 역사 연구가들의 흐름이라고 한다.
조조는 병법에 관해서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지식을 풀어낸 책이 <손자약해>이다. 이 책은 <손자약해>에 나오는 조조의 주석을 21세기 경제전쟁 상황과 비교하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상은 애플과 구글과 같은 IT기업의 사례에서 최근의 퍼주기식 복지위주 정책의 비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균부'는 모든 국가의 통제과제이다.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이들의 주장이 더욱 가슴에 와닿을 수 박에 없다. 글로벌 스탠더드 차원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든 아니면 중국식의 독특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든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정한 시장경쟁 체제의 확립이다. 이게 확립된 연후에 동반성장 문제를 논하더라도 논해야 할 것이다. (중략) 이는 무차별 무상복지와 엄히 구별해야 한다. 원해 호강(豪强)한 자를 억눌러 백성을 고루 잘살게 만드는 '균부'와 부유한 자를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무차별 무상복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 p.59
애민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저자고 논한 대목이다. 이 대목을 설명하면서 <한비자>와 <상군서>, 그리고 <관자> 등의 고전을 추천하고 있다. <상군서>의 '거강(去彊)'의 한 대목을 소개하는 문구가 인상깊다.
나라가 부유한데도 국고를 계속 채우면서 부유한 백성의 부를 덜어내는 빈치로 다스리는 나라는 강해진다. 나라가 가난한데도 국고를 계속 비우면서 부유한 백성을 더욱 부유하게 만드는 부치로 다스리는 나라는 패망한다. - pp.62~63.
6장에서 민심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애플과 구글의 사례를 들고 있다. 제품의 최종 구매자인 소비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유용성을 논한다. 일상적인 생활 패턴과 삶의 질을 바꾸고자 하는 최종소비자의 입장에서 그 니즈를 읽고 이를 제품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관건이다(pp.113~114). 이로 인해 만들어지는 수익은 자연스러운 부산물에 불과할 것이다.
조조를 대체로 병볍경영의 롤모델로 내세우는 내용이 많지만 9장의 소통경영 대목에서는 조조가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한 전쟁의 예를 들고 있다. 적벽대전에 이어 한중대전을 조조가 패한 이유로 그의 우유부단과 불통을 들고 있다. 주변의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에 패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모택동도 이러한 점을 지적했다고 하는데 만약 조조가 적벽대전의 패배에서 교훈을 얻어 한중대전 때 유엽 및 사마의의 건의를 받아들여 촉 땅으로 진격했다면 능히 천하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을 공산이 컸었다고 예상(p.172)했다. 이러한 우유부단과 자만은 국가든 기업이든 최고결정권자가 대사를 그르치게 하는 최고의 위험요소이다. 그 사례로 초한지의 항우가 범증을 믿지 못해 내치고 나서 유방과의 전쟁에서 패사한 사례를 들고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최종결정권자의 우유부단과 자만은 대사를 그르치는 최고의 위험요소다. 아무리 득인과 용인에 성공해 천하를 호령하는 상황에 이르렀을지라도 늘 스스로 겸허하며 참모들의 건의를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p.172
책에서는 민심경영(6장), 위임경영(7장), 소통경영(8장), 전략경영(12장) 등을 비롯하여 20가지의 경영전략을 논하고 있다. 그 경영이란 비단 기업의 경영만이 아니라 한 가정의 경영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의 마음경영에도 유용하다. 최근 몇년간 동서양의 고전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도 그러한 유행을 반영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있어 보인다. 삼국지나 고대 중국의 시대 상황과 역사에 대해 이해가 있다면 좀더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또는 이 책을 읽은 이후에 이 책에서 인용되는 여러 중국의 고전들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좋은 독서가 될 듯 하다. 저자는 중국역사 및 고전에 상당히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저자분이 저술한 <현대중국사>를 가지고만 있고 아직 읽지를 못해서 조만간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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