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나의 집밥, 유키마사 리카, 디자인하우스] - 일상 속에 주어지는 나만의 행복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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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서 느끼는 사소한 것들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의 이야기들이 뭐 그렇게 기복이 있거나 큰 감동을 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매일 우리에게 주어지는 똑같지만 다른 삶 자체가 우리에게 감동이요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소재는 다양하다. IKEA와 북유럽 디자인을 이야기하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보다 '경험'을 쌓는 것에 돈을 쓰는 일본인의 문화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등산을 하면서 먹은 마셨던 500엔 짜리 커피를 생각하며 맛에 대해 정의하기도 한다.
인테리어 이미지를 바꾸고, 듣는 음악을 바꾸고, 먹는 밥을 바꾼다는 것은, 새로운 자신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 p.39
맛이라는 것은 독립된 감각이 아니라 주위 분위기나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법입니다. - p.52
저자 본인이 좋아하는 것, 즐기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중에 저자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에 공감이 가는 것도 많이 있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감동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나 역시 어릴 때 보았던 이 영화가 지금까지도 좋은 추억과 감동으로 남아있다. 고등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TV를 우연히 보다가 이 영화를 하는 걸 보고 어머니가 같이 보자고 해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보게 되었는데 그때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그때 느꼈던 감동을 똑같이 느끼지는 못했을 것 같다. 아니 좀더 어릴 때 보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20대 후반 회사원 생활을 하던 1998년에 같은 회사의 다른 직원이 추천을 해주어서 보게 된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웃집 토토로≫ 역시 마찬가지다. 2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으니 초등학생때나 하다못해 중학생때 보았다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웃집 토토로≫는 이 책에서도 잠깐 언급(p.114)되기도 한다.'열 살 때 좋아했던 것은 지금도 좋다'라는 저자가 남긴 문구(p.90)가 인상적이다. 참고로 저자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한다(p.75)고 하니 이것도 공감이 간다.
아이들은, 어른이 말이나 논리를 이용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모두 초월해 감성으로 이해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우리 어른들보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힘을 훨씬 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예리한 감ㅅ어을 지닌 아이들이기에, 어릴 때 좋은 영화를 많이 보여주고 좋은 음악을 자주 접하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점점 더 실감하게 됩니다. - p.89
책에서는 여러가지 영화나 책들이 추천된다. 저자가 초등학교 때 엄청 감동을 받았다(p.103)던 ≪모치모치 나무≫는 국내에서 출간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두권'에서는 여행을 가게 되면 두권의 책(p.111)을 가지고 가고 싶다면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과 미야모토 데루의 ≪금수(錦繡)≫를 이야기했는데 국내에는 ≪남아있는 나날≫이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되어 있었다. 저자는 이 책들을 읽으면서 몰트위스키와 함께 하고 싶다고 한 대목에서는 평소 거의 마시지 않는 위스키가 갑자기 떙기기도 했다. 저자가 사는 곳이 후쿠오카인지 책 내용이나 레시피에서 하카타가 언급되는 곳이 있던데 예전에 부산에서 배타고 후쿠오카 하카타항에 가서 먹었던 라멘이 갑자기 생각나기도 하고. 레시피 내용도 그렇고 출출한 밤시간에 보면 안될 책이다(^^).
이 책에서는 저자의 주변 인물 중에 첫째딸 카린, 둘째딸 사쿠라, 여동생 지하루가 자주 등장한다. 이들과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들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특히 두 딸과 얽힌 이야기들은 세 딸을 키우고 있는 나의 가정생활과 엇비슷한 면도 있어 공감이 갔다. 특히나 요즘은 여섯살인 큰딸과 세살인 둘째딸이 사이좋게 놀다가도 갑자기 싸우고 우는 일이 많아져 화가 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저자는 1년 아래의 여동생과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싸웠다고 하니 싸우는 게 정상이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분명 사이좋은 자매가 될 때까지 몇백 번도 더 이런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반복하겠지요. - p.77
가장 좋아하는 재즈 트럼페터인 마일즈 데이비스(p.128)의 CD가 10장 이상(p.46) 있고 CD를 듣고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는 문장을 보고 200% 공감이 갔다. 지금은 사실 재정 상태가 풍요롭지 못해 CD를 거의 구입하지 못하고 있지만 결혼전인 7~8년 전만 해도 한달에 2~30장 정도씩은 꼭 구입하곤 했다. 그래서 쌓인 CD가 지금 2,000여장이 되니 내 CD 사랑은 각별하다. 아이폰에서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라는 저자의 말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예전엔 CD만 많이 산게 아니라 공연도 많이 보러 다녔는데 저자가 키스 자렛 공연을 보고 쓴 글(p.131)을 읽으니 공연장에 들어설 때의 그 두근거림을 다시 느끼기에는 지금 내 나이가 너무 많다는 우울한 생각도 든다. 또 레드 와인과 마일즈 데이비스가 잘 어울릴 것(p.129) 같다는 글을 보며 이번엔 레드와인 한잔이 간절히 생각났다.
가끔 한국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다. 한국의 가전제품이 더 멋지다(p.40)는 말도 있고, 한국영화 ≪말아톤≫을 보았는데 훌륭한 영화(p.69)였다는 평가도 흥미롭게 읽힌다. 역시 조승우가 주연한 ≪클래식 (일본 제목은 러브 스토리)≫도 엄청 울면서 봤던 영화였는데 책에서 언급되니 반갑다. 내가 여성 취향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성인 저자가 쓴 이 책을 읽으며 나랑 같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이기도 한데 저자와는 좀 다른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다지 흥미롭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인도인 친구가 한 말로 '오감 중 하나가 없어도 다른 감각이 제대로 자라는 법'이라는 말(p.170)도 인상적이다.
이 책이 특이한 것은 책 제목에서도 잠깐 예상할 수 있다시피 저자만의 레시피 정보가 제공된다.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소개될 때는 직접 요리하는 상상을 하면서 주의깊게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나는 요리에 관심이 없다기보다 도전할 자신이 없어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레시피 부분은 거의 제목만 보고 넘어갔음을 밝혀야겠다. '나를 응원하는 오늘의 요리'라는 이 책의 부제목처럼 저자가 독자들을 응원하면서 쓴 요리정보일테니 또 다시 이 책을 펼칠 여유와 시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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