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한 드로잉, 유용우, 디지털북스]
초등학생 딸 셋을 키우고 있다. 가끔 아이들이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한다. 아이들은 내 그림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너무 못 그리기 때문이다. 그 못그리는 그림으로 이상한 괴물같은 생명체를 그려주면 아이들은 정말 잘 그린다고 좋아한다.
요즘같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때에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은 축복같다. 또 하나의 집콕 취미가 되기 때문이다. 가끔 카톡으로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내주는 분이 계신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색연필로 채색한 그림을 찍어서 보내주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문가 수준이다. 참 부럽다.
유용한 드로잉이라는 이름의 책을 만났다. 아이들에게 좀더 그림 잘 그리는 아빠가 되고 싶어서,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집콕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관심이 생겼다.
택배로 책이 오고나서 아이들에게 먼저 그려보라고 주었다. 살짝 훑어보니 아이들에게는 좀 어렵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림그리기를 워낙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과는 초등학생들에게는 좀 어려운 수준이었다. 다만 얼굴의 윤곽이라든가 전체적인 신체 구조에 대한 내용은 아이들이 많이 참고가 된 듯 하다. 그대로 따라 그리는 정도였지만 내가 보기에는 예전 그림보다는 더 잘 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는 어땠을까? 내가 봐도 사실 좀 어려웠다. 그림하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나에게는 신체비율을 비롯한 다소 전문적인 해설은 뭔가 외워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준다.
그래도 따라서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좌절감도 느끼지만 뿌듯함을 더 많이 느낀다. 뜻대로 그려지지 않는 실패감도 있지만 그래도 어설픈 그림이라도 완성된 그림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책에 나오는 샘플을 보면서 따라 그리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하루 일과 중에 취미생활이 생겼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언제까지 지속될 취미일지 모르겠지만 당분간 책상 위에 놔두고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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