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소사이어티, 지상욱, 예지] - 새로운 대안, 시민보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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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문제에 대해 '무관심'에 가까웠던 나에게 이 책은 만만한 책이 아니었다.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은 비교적 얇은 책이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상당히 깊이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책을 읽는 도중 10분에 한번 정도는 되새김질을 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일단 저자는 지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될 당시 자유선진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던 지상욱 박사이다. 정치에 관심없는 사람이라도 '심은하 남편'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겠다.
책 표지와 서론에 언급하고 있는 '시민보수주의'를 보면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상상이 간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대안으로 시민보수수의를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든다. '시민'과 '보수주의'가 어울리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시민', '시민사회', 또는 '시민운동'이라고 했을 때 '보수'보다는 '진보'를 떠올린다. 일반적으로 진보는 사회적 약자, 보수는 기득권 세력의 대변한다고 생각하며, 이중에서 시민은 기득권 세력보다는 사회적 약자에 가깝다고 본다. 과연 이 '시민'과 '보수주의'의 불편한 관계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인가?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으며 서로 충돌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가지 이념 모두 사회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존재하며 어느 한 이념만이 영원불변의 진리가 될 수는 없다(p.93). 진보와 보수는 서로 투쟁의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저자는 흔히 이 둘간의 관계에서 논쟁에 될 수 있는 몇가지 개념들, 즉 부(富), 경쟁, 정의, 포퓰리즘, 중산층 및 빈부의 양극화 등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에서 논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보수를 대표한다고 하는 한나라당의 정책과 대비되는 주장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사회적 다수의 나눔과 배려로 사회적 소수를 끝가지 품어서 사회통합을 이루어내고자 하는 정책(p.136)이라고 하여 대비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복지에 관해서는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의 경우 도덕점 함점, 무임승차의 문제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일갈하고 있다(p.170).
지금까지의 보수주의는 눈에 보이는 화려한 국가와 시장만 쳐다보며 달려오느라 그것을 지탱하고 있던 땅속의 기초에 대해 무관심하였던게 사실이다. - p.190
기존의 보수주의가 가져왔던 한쪽으로 치우진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도 하고 있다. 결국 시민보수주의는 이제까지의 보수주의가 사회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아왔던 편협된 시각을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사회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경제발전의 자양분의 역할로 확대하고자 하는 관점이다. 이념은 경직될 때 문제가 생기고 분열이 발생한다. 따라서 유연한 이념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 소통하고 역사와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p.192).
'나는 꼼수다'가 유행하면서 숨어있던 사회의 문제들을 들추어 내고 비판하는 정신이 이슈가 되고 있다. 있지도 않은 일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부조리와 병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진보와 보수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시민보수주의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의 장점을 보완하고 정반합의 논리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유연한 이념이자 사고방식이다. 진보주의만의 사회의 구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 및 유연하지 못한 보수주의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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