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서의 시위와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민주화 시위. 그리고 자본주의 4.0, 지속가능 경영, 사회적 기업... 수익창출을 통한 주주들의 만족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과거의 자본주의의 개념에서 최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좀더 진화된 형태의 자본주의가 제안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 걸맞게 제목을 잘 정하였다.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이 책의 원제목은 <The End of Free Market>으로 제목만 봐서는 국가가 개입을 하여 자유시장은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내용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보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대한 허용하고자 하는 국가자본주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의해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반대의 입장을 역설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21세기 국가자본주의를 정부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시장을 활용하는 경제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즉 국가자본주의는 국가가 소유한 국영기업이나 정부와 매우 친밀한 기업(책에서는 국가대표 기업-national champion-이라는 표현을 쓴다)이 성공하는 시스템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주주의 만족이 목적이 아니라 정치 권력자들의 이해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되는데 이러한 소수특권층을 보호하기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체제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한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나서 생겨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바로 국가자본주의이다. 많은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듯 대안까지는 아니어도 국가자본주의가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대체하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자유시장만이 장기적 번영을 가져올 수 있고, 정부가 결코 경제를 주도해서는 안된다는 순수자본주의나 혼합자본주의의 신념에 국가자본주의는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국가자본주의가 자유시장 자본주의와의 대결에서 패배할 것으로 단정한다. 국가자본주의 내에 중대한 약점들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국가자본주의는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국영기업, 민영 국가대표 기업, 국부펀드 등을 이용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나라 정부들은 자국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하면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자 했던 미국이나 유럽에서조차 정부의 개입을 많은 부분에서 허용하여 '좌클릭' 노선으로 이동하였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대한 개발도상국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토마스 프리드먼의 책 제목처럼 과연 '세상은 평평한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시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같은 국가자본주의가 계속적으로 성공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경제시스템이라기 보다는 정치철학이나 통치수단에 가깝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특정세력의 이익을 중요시 하는 결과를 가져와 결론적으로는 국가의 세력 약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자본주의가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빈곤했던 나라들에 지금까지 성장하게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성장의 이유는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면서 정부의 개입을 감소시킨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저자는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ps) 이 책에서 언급된 읽어 볼 만한 몇권의 책
- 역사의 종말 (프랜시스 후쿠야마, 한마음사, 1997)
- 슈퍼 브랜드의 불편한 진실 (나오미 클라인, 살림Biz, 2010)
- 이머징 마켓의 시대 (앙트완 반 아그마엘, 김영사, 2007)